기업은 직원을 채용하여 상품을 생산·판매하여 이윤을 남긴다. 따라서 기업, 즉 사용자는 직원, 즉 근로자를 생산요소의 하나로 바라본다. 바로 인건비라는 비용으로 말이다. 비용은 늘 최소화 하는 것이 경영자, 즉 이윤의 로망이다.
현대사회는 근로조건의 내용을 당사자인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이라는 형식으로만 결정할 수 없다.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그 것이 실질적으로 법집행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노동법의 양대 축은 개별적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을 등장시켜 근로자가 사용자에 비해 열등한 '협상력'을 보완시키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맺게 되는 근로조건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동법령 등에 의해 정해진다.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개별적 ·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근대 민법의 '계약 자유의 원칙'을 대폭적 수정, 보완한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법이 다시 근로자의 안전판 노릇을 하게된다.
▲취업규칙은 개별 근로자가 근로계약에서 하나하나 정할 수 없는 사항들, 즉 업무시간, 휴게시간,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사용자 측에서 미리 구체적으로 정한 내용을 말한다. 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약관>같은 성격이라 이해하면 된다.
10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반드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고, 사업장에 게시하여 근로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이는 근로자의 복지를 위함이 그 주목적이다. 이러한 취업규칙 작성의무 등의 기업의 규제가 최근 공인노무사의 수요를 급증하게 만들었다. 결국 전문자격사의 과실은 정부의 규제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 사업장 등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면, 근로자는 그 노조에 강제 또는 임의로 가입하게 된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을 할 수 있다. 그 합의문서가 바로 단체협약이다.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만이 단체협약의 내용을 적용받는다. 물론 개별 노동법 사건에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그리고 노동법의 강행규정 중에 무엇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가는 노동분쟁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대법원 판례의 대부분도 그 적용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협상을 하는데 있어, 근대 민법의 기본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당사자 의사에만 의존하여 체결한 계약은 늘 강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동운동의 결과) 정부는 노동법이라는 강행규정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에 관여한다.
얼마전 공인노무사측은 어린이집 사용자측의 단체교섭 대리인으로 그 교섭과정에 관여한 행정사를 공인노무사법 등 위반으로 고발할 사건이 있었다.
이에 경찰은 해당 행정사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사 또한 "사용자로부터 교섭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위임 범위 안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법의 관련 규정을 그 근거로 들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①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고 하며, 제③항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건의 쟁점은 어린이집 사용자가 노동조합 대표자와 단체협약을 교섭 및 체결하는 데 있어, 행정사를 그 대리인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법문에 규정한 사용자(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는 자의 자격에 오로지 공인노무사만이 해당되는 것인지, 그래서 행정사가 그 대리 업무를 수행할 때에 공인노무사법에 의해 처벌 받는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경찰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단체협약의 대리인의 자격에 공인노무사의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내리고, 바로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즉 단체협약의 대리인의 자격에는 법적 제한이 없고, 사용자 측의 위임에 의해 행정사 또한 그 대리인으로서 단체협약의 체결의 대리가 가능하다는 법적 판단을 한 것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공인노무사들은 또다시 단체협약 등의 교섭 및 체결에 공인노무사 만이 그 대리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 예상한다. 행정사는 그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법규정은 늘 구체적인 분쟁 사건 후, 신설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