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하얀 종鍾꽃이 피면
어머니는 참깨 밭에 매일 출근했다
설엔가 추석엔가 어느 날
방앗간에서 흰 절편을 찾아오던 길
떡 안주면 집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던 기억
지금, 그 향이 가득하다
참깨를 털고 난 깻단으로 소죽을 끓이고
차례에 쓸 생선을 굽는데
참기름보다 더 맛있는 냄새를 견딜 수 없어
끝내 생선 한 토막 먹어버렸지
못대*가 좀 빈 것 같다고 하던 엄마는
고양이가 물어갔는갑다며
더 이상 찾지 않았고,
윤기 가득했던 그 볼에 빗살무늬 주름 가득한데
어제 고친 틀니로 떡살무늬 절편 드시려나
언제나 못갈 이유가 더 많았던 고향 길
올 추석엔 깻단으로 생선을 구워 엄마 입에 넣어드리며
수 십 년도 더 된 고백을 해야지
그때 없어졌던 생선 내가 먹었노라고
*못대 : ‘석쇠’의 경상도 방언
출처 : 김영애 기자의 시집 「항가새」 도서출판 경남, 2013.
어버이 날이 있는 5월이라서 이글을 보냅니다. 한분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모시 삼는 제 어머니를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