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행정심판사무소 대표 진진화행정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것은 기쁘고 환영할 일이다. 어김없이 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정부 내에서 보훈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2023년에 맞은 6월은 어느 해보다 감회가 새롭다.
높아지는 위상만큼 앞으로 국민들과 보훈 가족들의 성원에 더욱 부응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오랜 기간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국방·보훈 관련 업무를 몸소 체험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보훈부의 보훈 정책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보훈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보훈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유사한 사안을 두고서도 보훈 심사위원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심사 대상자들의 예우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현실 속에서, 1) 국가수호 등 직무수행과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2)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지 여부, 3) 고엽제 노출과 피해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모호하게 적용되는 심사기준들을 보다 구체화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엽제 피해자들의 희생과 공로가 동일함에도 단지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이 관련 법령상 어떠한 분류체계에 속하는지에 따라 보상과 예우가 지나치게 차이나는 것은 사회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타 행정기관의 판단도 최대한 존중하여 보훈심사에 반영하여야 한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보훈심사에 있어 독자적인 심사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민원인이 소속되어 있던 기관에서 공무수행 과정에서 상이(질병)를 입었다는 점이 명확하여 공상이라고 판단을 내렸음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내세워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공무 수행 중 상이(질병)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심의과정에서는 질환의 특성 등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어 상이의 발병원인을 개인적 소인으로 취급하고 군 직무수행과의 공무 기인성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셋째, 민원인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국가의 증명책임은 강화하여 국가보훈대상자로의 진입장벽 자체를 낮춤으로써 보다 많은 희생자들이 보훈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국가보훈부와 유관기관의 협조체계 구축과 군 사건·사고 관련 기록물 관리 강화가 필수적이다. 6·25전쟁 당시 계급이나 군번 없이 비군인 신분(학도병, 유격군, 노무자 등)으로 참전한 분들과 월남에 참전했던 고엽제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령이고 적지 않은 수가 사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훈심사에 필요한 자료제출의 부담을 민원인 개인에게 지우기보다는 국가기관이 보다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권리구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군인 참전유공자 인정 문제에 있어서 그분들이 최소한의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국가유공자 예우를 강화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행정을 펼치겠다며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보훈부가 이번만큼은 말의 성찬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하여 새로운 보훈 문화를 정착하고 국격을 드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