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김민수 기자] 대한행정사회 김만복 초대회장이 퇴임했으나, 재임 시 지급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박이 남아 있다. 신임 집행부는 지난 21일 대한행정사회 감사회의에 '전임회장의 업무추진비 지급에 대한 적정성 또는 위법성 회수 판단' 등을 포함한 특별감사를 의뢰한 바 있다.
대한행정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특별감사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구체적 범위나 일정에 대해서는 감사 업무 특성상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번 감사 의뢰와 별도로, 지난 2022년도 정기감사에서는 당시 김만복 회장이 지급받은 업무추진비가 위법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김만복회장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가 있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김만복 前회장측은 초대집행부 구성 시 회장 업무의 대가로서 일정금액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본지 기자는 김만복 前회장이 지급받은 업무추진비에 대한 자료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았다.
1. 업무추진비 논란의 핵심 쟁점
업무추진비 문제는 지난 2022년 정기감사에서 '부적정 지급 및 집행 증빙자료 미첨부'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 시발이다. 당시 감사회의는 김만복 회장이 업무추진비를 급여처럼 지급받아, 업무 집행에 관한 증빙자료 등 아무런 지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업무추진 집행 규칙에 따른 제반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2022년도 정기감사 보고서 6쪽)
감사회의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로 "대한행정사회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으며, 회원 대부분이 전직 공무원임을 감안해,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의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행정규칙에 따르면 김만복 회장에게 지급된 업무추진비는 사업추진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고, 모든 지출은 구체적인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2022년도 정기감사보고서 14쪽)
한편, 김만복회장 측은 초대회장으로 추대받을 당시 회장 급여로 일정액을 지급받기로 하여, 임금 성격의 업무추진비라는 주장이다. 또한, 대한행정사회 <임원 보수 지급에 관한 규정>에서는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며, 지출에 대한 증빙서류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면, 업무추진비의 논란의 핵심은 ① 대한행정사회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구속되는지 여부, ② 김만복 前회장이 지급받은 업무추진비가 임금 성격인지 아니면 실비변상 성격인지라고 할 수 있다.
2. 대한행정사회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구속되는지 여부
지난 2022년 정기감사에서 감사회의는 대한행정사회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적용해 업무추진비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보조기관, 의회사무기구의 장, 소속 행정기관의 장 및 하부행정기관의 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추진사업 및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비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해당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적용하게 될 경우, 업무추진비의 집행은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을 증빙서류를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은 「지방회계법」에 근거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회계 관리를 위한 부령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법」 제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및 시, 군, 구로 특정해 정의하고 있고, 그 이외에 특수법인 또는 공공법인이 포함될 어떠한 여지도 없다.
즉, 대한행정사회가 행안부장관의 부령으로 제정된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구속돼야 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2022년도 감사회의의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3. 대한행정사회장 업무추진비의 성격에 대해서
대한행정사회 <임원 보수 지급에 관한 규정> 제3호에서는 업무추진비를 '회무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라고만 정의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동 규정 제6조에서는 업무추진비는 급여와 함께 매월 25일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지급기준은 다음과 같다.
회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비상근부회장 및 이사'에 대해서는 '회무관련 업무수행시(1일당)'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상임부회장·사무총장·중앙교육연수원장'에 대해서는 '업무추진시 필요금액 /월'으로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업무추진비는 임원에 따라 다르게 지급기준이 설정되어 있는데, 회장에 대한 업무추진비는 특별한 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직책수당 정도로 볼 수 있고, 비상근직 임원에 대한 업무추진비는 업무수행시 일당 지급, 보수가 지급되는 상근직임원에 대해서는 실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4. 임금 성격으로 업무추진비 지급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업무추진비가 임금 성격으로도 지급할 수 있는지는 '업무추진비에 부과된 근로소득세부과처분 취소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볼만 하다.
“원심은, 원고 소속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이 사건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는 그 직급에 따라 매월 정액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그 사용목적이나 사용방법 등에 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제시한 바도 없고, 또 원고 소속 임직원들이 이 사건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를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밀비와 업무추진비는 실질적으로 근로 제공의 대가에 해당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면서 규칙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관계 법령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두4089 판결)
위 판례에 의하면, 업무추진비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사실상 근로와 관련’하여 ‘규칙적으로 지급된 경우’ 근로소득(임금)에 해당한다. 즉, 법인 내부의 회계상 계정과목 명칭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따라서 업무추진비가 임금 성격인지 실비변상 성격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위 판례와 유사한 사례로 국세청 질의회신(서면1팀-1417, 2006.8.14.), 노동부 질의회신(근로복지과-3000, 2012.8.31.) 등에서 업무추진비가 근로소득에 해당하여 임금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다수의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5. 업무추진비의 지출 증빙자료 미제출이 횡령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살펴본 내용에서처럼, 임금 성격의 업무추진비 지급은 법적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대한행정사회 규정상 회장에 대한 업무추진비는 상근직 임원에게 실비변상 성격으로 지급되는 것과 다르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급여 성격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는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횡령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비변상 성격의 업무추진비를 전제하고 횡령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법인이나 단체에서 임직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드는 비용 명목으로 정관 기타의 규정에 의해 지급되는 이른바 판공비 또는 업무추진비가 직무수행에 드는 경비를 보전해 주는 실비변상적 급여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정관이나 그 지급기준 등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하도록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 그 용도나 목적에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한 후에도 그 지출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임직원에게 그 사용처나 규모,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맡겨져 있고, 그러한 판단은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임직원이 판공비 등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판공비 등이 업무와 관련없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지출되었다거나 또는 업무와 관련되더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과다하게 지출되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고, 단지 판공비 등을 사용한 임직원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사후적으로 그 사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불법영득의 의사로 이를 횡령하였다고 추단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도5899 판결)
위 판시는 정관이나 기타 지급기준 등의 규정에서 “용도나 목적에 구체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지출에 따른 증빙자료 제출 규정이 없을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횡령으로 추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대한행정사회는 업무추진비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구체적 제한이 없고,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회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해서 별도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6. 유사 사례: A행정사협회 협회장의 횡령 사건
8개의 행정사협회가 대한행정사회로 일원화되기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A행정사협회의 비상근 협회장은 매월 일정액의 현금을 업무추진비로 지급받았다. 이에 대해서 해당 협회의 감사는 업무추진비 지출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고 월급(직책수당)으로 수령한 것은 횡령이라고 하여 경찰에 수사의뢰(진정)를 요청했다.
당시 협회장은 수사기간의 조사 과정에서 업무추진비는 소득보전의 성격임을 주장했다. 즉, 협회 업무를 처리하는데 일실수입 손실이 발생한 부분에 대하여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사실상 근로대가(임금)라는 주장이다.
이 사건의 피고발인인 협회장은 불기소(무혐의)로 종결되었다. 현재 대한행정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업무추진비 이슈와 판박이 사건이다. 다만, 당시 A행정사협회의 협회장이 지급받은 업무추진비는 그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고, 직전 협회장부터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7. 소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법률상 지방자치단체’의 내부 회계 관리를 위해 제정된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대한행정사회에 적용한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또한, 업무추진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실비변상 목적인지 아니면 직책수당 내지 임금 성격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김만복 前회장의 업무추진비 이슈는 대한행정사회에서 제정한 업무처리비 관련 규정에 기초하여, 당시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