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박재병 ]
행정사 실무에서 의뢰인의 위임을 받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경우가 있다. 보통의 경우 원활하게 공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담당자의 업무미숙 등으로 번거러운 일처리를 하여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개인정보에 대하여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개 기한이 임박하여 '단순히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공개하여야 함에도,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공개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받을 때를 꼽을 수 있다.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것이 현실 행정이다.
최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 보유 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것을 부존재 처리하여 '정보 부존재 처분 취소' 판결을 받은 사례를 분석하였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경우 정보 보유 기관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하여 조속히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기나 하나, 행정의 절차적 적법성 확보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판례로 보인다.
공공기관이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를 받고도 지체없이 이를 소관 기관으로 이송하지 않고 부존재 통보한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는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7184 정보 부존재 처분 취소).
A시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15, 16조에 따라 B센터에 자활사업을 위탁하였고, C는 B센터에서 관리하는 D사업에 참여하였다.
C는 A시에 B센터에서 생산·보유 및 접수한 정보에 대하여 공개 청구를 하였으나, A시는 ‘이 사건 정보는 A시가 생산·보유 및 접수하지 않은 부존재 정보이다. 위 정보는 A시가 아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 5, 6항에 따른 공공기관에 신청하기를 안내한다’고 하여 정보 부존재 통보를 하였으며, 이에 C는 정보 부존재 처분 취소 행정심판 청구를 하였으나, 기각되어 행정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피고(A)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라 한다) 제11조 제5항은 ‘① 공개 청구된 청구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인 경우나 ② 내용이 진정· 질의 등으로 이 법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로 보기 어려운 경우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원사무로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정보는 ㉮ 피고(A)가 보유·관리하지 아니하는 정보이며, ㉯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는 단순 민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피고(A)는 정보공개법 제11조 제5항에 따라 이 사건 통보를 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라는 본안 전 항변에 대하여,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두7321 판결 참조), 이때 그 행위의 성질과 효과 그 밖에 행정소송제도의 목적 내지 사법권에 의한 국민의 권리보호의 기능도 충분히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370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① 피고(A)는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가 사실상 ‘민원 내지 진정’에 해당하고, 이 사건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보를 하였는바, 이는 사실상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것과 다름이 없는 점, ② 이에 대하여 원고(C)는 ‘피고(A)는 이 사건 센터로부터 이 사건 정보를 받아서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C)가 이 사건 통보에 대하여 불복하여야 할 실제적인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통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원고(C)로서는 이를 다툴 방법이 없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통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 하여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정보공개법 제11조 제4항은 ‘공공기관은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 청구를 받았을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소관 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하며, 이송한 후에는 지체 없이 소관 기관 및 이송 사유 등을 분명히 밝혀 청구인에게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공기관이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청구에 대하여 소관 기관으로 이송하지 아니한 채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를 들어 직접 비공개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정보의 경우 이 사건 센터에서 보유·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피고(A)는 원고(C)에게 유선으로 이 사건 센터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것을 안내하는 등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A)는 정보공개법 제11조 제4항에 따라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를 이 사건 센터에 이송하고, 소관 기관 및 이송 사유 등을 분명히 밝혀 원고(C)에게 문서로 통지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를 이송하지 않고, 그 통지를 원고(C)에게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통지를 하였으므로, 이는 정보공개법 제11조 제4항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라고 판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