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박현식 ]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 정부기관과 함께 활동했었던 아프간인 390명이 국내 입국을 하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그동안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병원(Korean Hospital), 한국직업훈련원(KMVTT), 한국기지에서 근무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로서 주로 한국 정부의 현지 지방재건팀(PRT :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을 도왔었다.
이들이 입국할 당시에 우리 한국정부는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규정하였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 14조의2(특별기여자의 처우) ①항에는 대한민국에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하였다고 인정되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및 그 동반가족으로서 국내 정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명시 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이들을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으로 보고, 이들에게 장기 체류자격을 부여하였다.
아프간에서 국내로 이송한 후, 공항에서 단기방문 도착비자(C-3)를 우선 발급한 다음,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체류자격(F-1)으로 신분을 변경하여 임시 숙소에서 생활토록 하였고, 이후 국내 취업이 가능한 거주비자(F-2)를 부여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내에 들어온 아프간 사람들은 F-2 비자를 받아 5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F-2 비자는 학업과 취업에 제한이 없으며, 비자 사유가 계속되는 한 연장이 가능한 만큼, 5년이 지나도 사실상 영주권(F-5)을 받기 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 14조의2(특별기여자의 처우) ②항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특별기여자등에게 다음 각호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 되어있다.
1. 초기생활정착자금 및 그밖에 필요한 생활지원
2. 고용정보의 제공, 취업알선 등 취업에 필요한 지원
이 법의 취지는 특별기여자에 대해 취업에 필요한 지원을 공무원이 최대한 해 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고, 실제로 이들 특별기여자들이 초기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 공무원들은 많은 분야에서 정성껏 지원을 해 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특별기여자들은 한국 정부와 관계공무원들에 대해 감사 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프간 특별기여자 어른들은 그동안 F-2 비자를 가지고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며 지내왔다. 부모를 따라서 함께 한국에 왔던 어린 자녀들도 그동안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성장했고, 한국어 실력도 눈에 띠게 늘었다. 이들 2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은 변함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 대부분 졸업 후 취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세월이 지나면서 숨어 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문제들은 이들이 노력을 한다고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아프간에 있었던 기간의 ‘해외 범죄경력증명서’가 문제였다.
이것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취업 신청 과정에서 처음으로 인지하게 되었는데, 누구든지 일단, 취업을 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원직 임용을 위해서는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의 장은 그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 중인 자 또는 취업하여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려는 자에 대하여 성범죄의 경력을 확인하여야 한다.” 는 법규 조항에 따른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국내 범죄경력증명서는 조회 및 확인이 가능하지만, 아프간의 경우는 정상적인 외국 국가와는 다르게 ‘해외 범죄경력증명서’ 발급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어서 제출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렇게 일이 되다 보니 취업에도 문제지만 앞으로 한국으로 귀화 신청을 할 때도 ‘범죄경력증명서’를 반드시 제출해야만 하는데, 이들은 법에 따라 “제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무원의 설명에 어쩔 수 없이 아프간 거주 기간 동안의 범죄경력증명서를 어떻게 해서든지 추가로 제출해야만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이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느끼기에 “마치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부터 동의서 사인을 받아 오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여기에도 예외조항이 있는데, 바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바로 그 적용을 받는 대상이었다.
① 천재지변, 내전 등으로 본국 또는 제3국의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 받기가 불가능하거나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인 경우. ② 국적법 제7조제1항제2호, 제3호에서 규정한 특별공로자 또는 우수 인재에 해당하여 특별귀화를 신청하는 사람. |
그런데,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 출입국관리 공무원은 이러한 예외조항에 대해 아프간 특별기여자들도 예외 없이 모든 ‘범죄경력증명서(국내, 해외 포함)’를 제출 해야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외조항의 근거를 공무원에게 보여주며 조치해 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만 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서 펙트(Fact) 체크를 해 보면, 해당 예외조항 1의 내용에 따른 경우 범죄경력증명서 제출 생략이 가능하다.
본국 또는 제3국의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 받기가 불가능하거나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인 경우, 범죄경력증명서 제출 생략이 가능. |
1.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이 법규의 내용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할 수 있겠다.
가.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으로 탈레반 정부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었음.
나. 프레시타(가명)는 긴급 탈출한 특별기여자로서 현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로부터 범죄 경력증명서를 발급 받기는 불가능 함.
다. 주한아프가니스탄대사관은 본국의 탈레반 정권과 단절되면서 각종 업무와 정보 교류는 물론 재정지원도 전혀 없는 상태 임. (업무수행 불가)
라. 지금 기존의 아프가니스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되어 주한아프가니스탄대사 및 대사관 직원들은 현재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음.
2.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14조의 2(특별기여자의 처우)에 해당 됨
가. 대한민국에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하였다고 인정되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및 그 동반가족으로서 국내 정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이하 “특별기여자등”이라 한다)
나. 체류자격 세부내역(2024. 4. 18,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
프레시타(가명)(0000-00000) 귀하의 체류자격 세부내역이 붙임 1과 같으며 현재 거주(특별기여자 F-2-16) 자격으로 거주하고 있음을 확인.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특별기여자등"에 해당)
이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아동관련기관의 취업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또한, 차후 대한민국으로의 귀화 신청을 위해서 범죄경력증명서 제출 생략을 가능토록 하는 것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290명 전원에게 있어서는 생존권과 같이 중요한 것이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주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프레시타(가명)는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임용을 위해 필요로 하는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관련범죄 전력 조회]를 위해 법무부에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해외범죄경력증명서(본국 및 제3국 범죄경력증명서) 제출을 생략할 수 있는 사람임을 문서로 확인 및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요청 문서를 민원으로 제출하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법적 근거를 민원인이 제시해도, 공무원들은 감사 받는 것이 두려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법적 문구에 있는대로 “이 문서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프레시타(가명)가 본국 또는 제3국의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 받기가 불가능하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범죄경력증명서 제출 생략이 가능합니다.” 라는 문구를 넣어 공무원을 감사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문서를 민원인이 만들어 달라는 상황에 까지 처해지게 된 것이다.
프레시타(가명)는 아마 이것도 법무부 실무자에 의해 거부가 될 것으로 보며, 이것은 예견된 일이라고 한다. 결국 국무총리실 주관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거쳐야만 그래도 제대로 된 행정심판을 거칠 수 있어,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한다.
과연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업무가 이러한 탁상행정(卓上行政), 전시행정(展示行政), 복지부동(伏地不動) 이야기까지 들으며 이렇게 많은 행정의 노력 낭비를 초래 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과연 공무원의 업무는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무엇을 위한 행정인가?” 그 끝은 아마도 국민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