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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 행정심판 대리권, 3가지만 갖추면
  • 김민수 기자
  • 등록 2025-03-11 15: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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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行政士)는 행정법률 전문가이자 국가행정 대리인이다. 행정사의 인허가 대리권은, 인허가권자의 거부처분에 대한 불복절차 대리권을 포함할 때 비로소 완성체가 된다.

 

일본은 2014년 행정서사법(行政書士法)개정을 통해 ‘특정행정서사(特定行政書士)’제도를 창설함으로써, 행정서사가 작성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에 관한 인허가 등에 대한 심사청구, 재조사 청구, 재심사 청구 등 행정청에 대한 행정불복심사 대리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로써 일본의 행정서사는 ‘진정한 의미의 인허가 대리권’을 완성시켰다.

 


일본에서 일어난 변혁의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도달했다. 한국 행정사들의 갈망이 정부(행정자치부)를 움직였고, 행정자치부는 2016년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을 골자로 하는 행정사법 개정을 추진했다.

 

행정심판 청구서 작성 대행 업무에 머물던 한국 행정사들은, 일본의 입법 사례를 보고 한국에서도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시대적 흐름으로 간주했다.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결과는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극렬한 반대로 결국 국회를 넘지 못하였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행정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며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집단시위로 실력 행사까지 불사했다. 반면, 복수협회 제도하에서 四分五裂로 구심점이 없던 행정사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변협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13가지 반대 논리를 제시했으나, 행정사 업계에서는 변협의 반대 이유에 제대로 된 논박을 하지 못했다.

 

대신 행정사의 저렴한 서비스로 국민의 권익을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을 주로 내세웠다. 상대가 어떤 무기와 전략을 가지고 공격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하늘에 총만 쏘아댄 것이다. 국회는 법리 戰과 언론 戰에서 한참 앞서고 있던 변협의 주장에 따라, 행정사법 개정안에서 행정심판 대리권을 발라냈다.




 


 

1. 품격

 

2016년의 행정사들은 행정사 자격제도가 탄생한 이후 가장 강력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행정사 업계 내에서도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대 이유에 맞설만한 충분한 인적 자원이 있었고, Influence in lobbying에서도 충분히 비벼 볼만 했다. 그러나, 행정사 업계에서는 행정심판 업무대리권을 부여받기 위해,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있었다.

 


代理는 본인(의뢰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업무의 주도권 및 부분적 결정권을 가진다.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취하할 수도 있다. 또는 수임받은 업무를 게으름 또는 무능으로 해태할 수도 있다.

 

행정사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뢰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나 이해충돌, 비밀유지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부재했다. 물론, 행정사법이나 각 협회에서도 윤리 관련 규정을 두고 구색을 갖추어두긴 했으나, 작동한 적 없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허위과장광고 및 부정, 의뢰인에 대한 배임행위, 관련 법 위반 등 문제 발생 시 행정사 업계 내에서 윤리 시스템이 작동한 적이 없다.


 

변협은 행정사에게는 행정쟁송 절차에 대한 직무 윤리가 확립되지 않기 때문에 불복 대리권을 부여해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정능력을 경험해 본 적 없는 행정사들로서는 반박할 여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가전문자격사로서 윤리 위반에 대한 징계 절차를 수시로 실행하는 변호사들은 품격에서 선진적이었다. 그들은 수십 년간 갖추어온 거미줄 같은 윤리 시스템으로 품격을 쌓아 올렸고, 그것을 무기로 행정사들의 희망을 어렵지 않게 좌절시켰다.

 

 


2. 인큐베이터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는 환상과 현실을 구분 지어야 한다. 44만 행정사 모두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환상이라면, 특정한 검증 절차를 거친 행정사에게 대리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현실적이다.

 

지난 2016년 행정사법 개정안에서는 행정심판 대리업무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행정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그나마 교육 이수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환상까지는 아니고 희망 사항 정도라고는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 행정불복심사 청구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특정행정서사 지위를 얻고자 하면, 법정연수를 이수하고 시험에도 통과하여야 한다. 행정불복심사 대리권 얻고자 하는 각 행정사는 행정불복에 관련한 법학적 지식을 학습하고 심판대리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윤리에 관한 과목도 포함된다.

 

법정연수와 고시는, 우리의 대한행정사회 중앙연수원에 해당하는, 일본행정서사연합회 중앙연수소(日本行政書士会連合会 中央研修所)에서 주관한다. 중앙연수소는 일본의 행정서사들이 심판 대리권의 날개를 달고, 환상의 알에서 부화하도록 해주는 인큐베이터이다.

 


 

3. 정치적 우군

 

앞서 행정불복심사 대리권을 확보한 일본의 행정서사들도, 법 개정 과정에서는 일본 변호사단체로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일본 행정서사들은 일본행정서사정치연맹(日本行政書士政治連盟)을 통해 일본 내 여야 국회의원들을 정치적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정치연맹은 행정서사와 국회의원들이 결합한 조직으로, 일본 행정서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식적·계속적 정치단체다. 정치연맹을 통해 일본 행정서사들은 오랫동안 국회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2014년 일본 행정서사법 개정 당시, 변호사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행정서사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정치적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일본 행정서사들은 정치연맹을 통해 행정서사 업역을 수호하고 확장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펼쳐왔으며, 이를 입법 추진 엔진으로 활용하여 행정불복심사 대리권이 부여된 특정행정서사 제도를 만들어 냈다.





 


기차는 정해진 궤도를 달린다. 그러나 같은 철로 위를 반복해서 달리는 한, 종착지는 변하지 않는다. 9년 전에 비하면 행정사의 사회적 위상과 조직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힘이 아무리 많이 보강되었더라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결론은 동일하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자가 타인의 권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심판 대리인으로서의 신뢰와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가장 많은 윤리적 규제를 받는 변호사가, 국가로부터 가장 많은 법률 업무를 독점적으로 부여받는다. 국가전문자격사의 업무 범위는, 감수해야 하는 윤리 규제의 크기와 비례한다.

 

행정심판 대리권을 실현하려면, 현실적인 자격 부여의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교육과 시험을 전제로 행정심판 대리인을 배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스스로 전문성 입증을 거부하면서 대리권을 얻겠다는 것은 또다시 벽에 부딪힐 뿐이다.

 

입법은 피켓시위가 아니라 정치적 힘이 요구된다. 국회의 문턱은 외침만으로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국회는 논리와 힘이 작용하는 공간이다. 정치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김민수 행정사(시험 제4회)

대한행정사회 중앙교육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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