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민원창구는 국민과 국가가 가장 가까이 만나는 접점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민원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과거에는 폭언이나 폭행 등 물리적 위협을 동반한 민원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그 양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자기 이익을 위해 민원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기하거나, 적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불만으로 필요 이상의 정보공개 청구를 남발하는 식의 ‘특이민원’이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민원인은 특정 사안을 두고 무려 2,831회의 민원을 반복 제기하여 담당 공무원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주었고, 행정 전체의 흐름까지 방해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정보공개 청구를 수백 건 넘게 제기해 정상적인 민원처리까지 마비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민원은 단순히 골칫거리로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행정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며, 결국 다른 국민의 정당한 민원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특이민원 시민상담관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집합강의와 개별상담을 진행하며 일선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놀랍도록 많은 공무원들이 민원에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지만, 반복 민원으로 인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행정사는 민원인의 목소리를 법적·행정적 맥락에서 정리해 전달하고, 민원이 과도하게 반복되기 전에 적절한 방향으로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서류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서, 민원의 흐름을 분석하고, 핵심 쟁점을 짚어냄으로써 민원인이 자신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울러 민원인이 오해하고 있는 행정의 정당한 근거와 절차를 친절하게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민원 확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특이민원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경한 대응이 아니라, 정확한 이해와 신뢰의 회복입니다. 그리고 이 신뢰의 다리를 놓는 사람이 바로 행정사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과 민원인, 그 사이를 잇는 중립적인 전문가로서 행정사는 공공갈등을 줄이고, 보다 원활한 소통과 해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국민의 권익과 행정의 원칙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정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행정사가 신뢰받는 민원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야 할 때입니다.
박재병 / 국민권익위원회 특이민원 시민상담관,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