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취·등록세라는 제도의 틈새를 악용해 불법 금융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 여수·순천·광양 일대에서 5년간 무려 43억여 원을 불법 융통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제사범의 차원을 넘어, 우리 행정제도의 허술함과 행정사 직역의 신뢰 위기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 사건의 구조와 문제점을 짚고, 나아가 행정사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세금깡’을 고리사채로 둔갑시킨 사건
경찰 수사 결과,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자동차 취·등록세 납부 절차를 교묘히 악용했다. 신차 구매자가 내야 할 취·등록세를 ‘대납’ 형식으로 대신 납부하면서, 그 돈을 다른 급전 수요자에게 대출해주는 구조였다. 문제는 여기서 선이자 명목으로 33%를 공제하며 고리사채 장사를 벌였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텔레마케팅으로 모집됐고, “신용카드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신용카드 정보까지 넘겨야 했다. 신차 구매자의 세금은 대출 희망자의 카드로 결제되고, 일당은 중간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번 사건은 1,610차례 반복되며 43억 원이라는 거액으로 불어났다. 단순한 개인 간 사채 거래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굴러간 금융 사기였던 것이다.
자동차 취·등록세 납부 과정은 원래 단순하다. 차량 구매자가 딜러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면, 딜러는 다시 행정사 자격증을 가진 등록대행업자에게 업무를 위임한다. 문제는 바로 이 ‘대납 구조’다. 세금이라는 공적 부담을 제3자가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열어둔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사금융의 자금줄로 전락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범죄 집단의 영리 행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허점이 불법 금융을 가능하게 만든 인프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세금 납부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행정 편의를 위한 절차가 곧 범죄의 토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급전’이 불러온 악순환 고리와 개인정보 악용의 문제점
선이자 33%라는 고리는 서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당장의 자금난을 해결하려 했던 이들은 오히려 더 큰 채무의 늪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 속에서 급전을 찾는 서민들이 늘어난 현실은 이런 범죄를 더욱 늘어나게 만들었다.
고리사채는 단순한 금융 범죄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의 절박함을 먹잇감으로 삼아 빈곤의 악순환을 재생산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금융 범죄이자 동시에 사회적 범죄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를 모집하기 위해 텔레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신용카드가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로 접근해 카드 정보를 빼돌리고,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 이는 단순한 불법 대출을 넘어 개인정보 범죄의 성격도 띤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범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든다. 신용카드 정보는 단순한 숫자 조합이 아니라, 한 개인의 경제적 삶을 위협하는 열쇠다. 이번 사건은 정보 유출과 금융 사기의 결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 행정사 자격증을 왜곡할 때 직역 전체의 신뢰는 무너진다
이번 사건에는 행정사 면허를 빌려준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직접 범행을 기획하지 않았더라도, 자격증을 무단 대여해 범죄 집단에 날개를 달아준 공범이 됐다. 행정사라는 전문 자격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돕고 행정 서비스를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격증이다. 그러나 일부 행정사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때, 직역 전체의 신뢰는 무너진다.
이는 마치 변호사가 명의를 빌려 불법 법률 자문에 동원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행정사 제도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범죄에 활용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
대한행정사회는 이번 사건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행정사 면허가 범죄 도구로 악용된 것은 곧 우리 직역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정사 내부의 윤리 규정 강화, 면허 대여 방지책, 자격 관리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
동시에, 행정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도 지켜야 한다. 극소수의 일탈이 전체 직역을 매도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성과 청렴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교훈 및 향후 과제
이번 사건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① 자동차 취·등록세 납부 구조 개선: 제3자 대납 제도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대 납시 반드시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② 행정사 면허 관리 강화: 면허 대여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실시간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③ 불법 금융 단속 강화: 경찰뿐 아니라 금융당국,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유사 범죄를 차단해야 한다.
④ 서민 금융 안전망 확충: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금융에 손대지 않도록 제도권 내 대안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범죄 집단의 몰락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는 행정 절차, 금융 제도, 자격 관리, 사회 안전망 등 여러 층위의 허술함이 교차한 결과다. 국민은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조차 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았다. 행정사는 그 한복판에서 자격증을 빌려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과 직역의 성찰이다. 행정사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질서를 세우는 데 기여하는 직역이라는 본래의 사명을 회복할 때, 이번 사건은 뼈아픈 교훈이자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행정사는 국민과 행정을 잇는 다리다. 단순히 서류를 처리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행정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를 지켜내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사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켜내는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행정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행정 절차 속에서 정당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다. 법령과 제도는 아무리 정교해 보여도, 실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는 항상 복잡성과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 사이에서 행정사가 정확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을 안내하고, 행정기관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은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사는 ‘서류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라는 협소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신뢰의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행정사라는 직역이 가진 힘과 동시에 책임을 다시 일깨운다. 일부의 일탈로 인해 직역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행정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행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내야 한다. 국민이 행정사를 떠올릴 때 ‘믿을 수 있는 전문가’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공적 가치 실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