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촌과 도시의 ‘지역 리더’ 역할은 분명 다르다.

도심의 통장이 비교적 행정연락의 중개자 역할에 머문다면, 농촌의 이장은 복지·행정·농정 전반의 실질적인 최전선에 있다. 특히 산청군을 비롯한 농촌 군지역에서는 마을별로 1~2인 가구가 모인 2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부터 100가구가 넘는 대 마을까지, 단 한 명의 이장이 복지,행정, 농정 정보 전달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 체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현실적으로 마을 주민의 10~40%만이 복지 등 행정 관련 정보를 제때 전달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낮은 전달률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 이동으로 담당자가 업무 파악이 늦어져 관련 정보를 지연시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군청에서 읍·면으로 내려오는 공문이 누락되거나 기한이 임박해 전달되는 일도 다반사다.
마을 이장들의 노력에도 한계는 있다. 이장들이 면사무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문서를 수령하고, 일부는 마을 방송이나 문자로 전달하지만, 실제로는 알고 지내는 주민에게만 선별적으로 정보를 알리는 경우도 많다.
결국 노령층이 대다수인 농촌 주민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복지·행정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초 생활 수급자, 차상위 계층, 독거 노인 등 복지 대상자들이 ‘몰라서 못 받는’ 복지 혜택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냉·난방기 지원사업이나 각종 바우처 사업에서도 관련 정보를 제때 전달 받지 못해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재 산청군에는 288명의 이장이 활동 중이며, 이들이 맡은 마을은 최소 20가구에서 최대 150가구 이상이다. 행정의 복잡성과 정보량이 늘어나면서 이장들의 업무 부담은 커지고, 자연히 정보전달의 한계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마련한 ‘정부 24’와 같은 맞춤형 복지 안내 시스템도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복지 제도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미 있는 복지 제도가 주민들에게 와 닿는가’이다. 이장 중심의 전달체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마을 무선 방송망을 활용한 공무원 직접 방송, 복지 전문 인력(사회복지사, 행정사 등)의 마을 별 순회 제도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와 행정은 ‘정보가 닿는 곳까지’ 존재한다. 농촌 주민 누구도 정보 부족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지금이 바로 전달 체계의 혁신을 고민할 때다.
“행정은 종이 위에서 끝나선 안 된다. 주민의 삶에 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