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김진경 ]
○ 산불원인(출처:산림청)

대형화되는 산불의 경고와 협업형 조직모델이 필요
다시 타오르는 불길, 반복되는 경고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규모의 산불을 연이어 경험하고 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무려 16,301헥타르의 산림을 태웠고, 2023년 강릉·옥천·보은에서는 동시에 열 건이 넘는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대피했고, 발전소·고속도로·송전선로 등 국가 기간시설까지 위협받았다.
과거 산불은 산림지역의 재난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적 재난’이며,
도심 인접 산지와 주거지에서도 발생하는 도시형 산불이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다. 서울 북한산, 부산 금정산, 대전 보문산 등 도시와 인접한 산지에서의 화재는 문화재·주택·병원 등 인명 및 재산피해와 직결된다.
즉, 산불은 더 이상 산림청의 문제도, 특정 지역의 문제도 아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기후위기가 있다. 평균기온 상승과 가뭄, 강풍이 결합하면서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수백 헥타르로 번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재난의 양상이 이미 ‘복합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체계는 여전히 ‘분절적’이라는 데 있다.
분절된 지휘와 중복된 대응, 현 체계의 구조적 한계
현재 우리나라 산불대응체계는 산림청과 소방청,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산림청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정책과 감시·예방을 총괄하고, 소방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인명구조와 재산보호를 담당한다. 지자체는 산불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계절별로 진화인력을 한시 채용한다. 문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이들 기관의 역할이 중첩되고 충돌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군 단위 산불은 기초단체장이 지휘하지만 피해가 확산되면 도지사, 더 나아가 산림청장이 지휘를 인계받는다. 그 과정에서 현장지휘관의 책임과 권한이 모호해지고, 자원 배분은 늦어지며, 골든타임은 무너진다. 게다가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산불감시 인력은 단기계약으로 고용되어 연중 대응이 어렵고, 산불지휘차·무전기·열화상카메라 등 장비는 10년 이상 노후화되어 있다. 결국 현장은 늘 “인력 부족, 지휘 혼선, 장비 한계”라는 삼중고 속에서 불길과 싸운다.
해외는 이미 협업 조직모델로 발전
반면, 산불 다발국들은 일찍이 협업형 체계로 전환했다. 미국은 연방 산림청(Forest Service)이 주정부·지자체와 협업하는 통합지휘체계(ICS)를 구축했고, 호주는 ‘국가 소방항공센터(NAFC)’를 설립해 연방, 주정부가 항공기 자원을 공동 운영하며,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자위방재조직이 주민과 함께 산불감시를 수행한다. 그리스는 EU 차원의 공동대응체계를 통해 회원국 간 인력·장비를 공유하며 초대형 산불에 대응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기관의 대응’이 아니라 ‘통합된 협업체계’라는 점이다. 산불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군·소방·민간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협업형 조직모델의 방향, “동해안 통합산불방지센터(가칭)”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제시되는 대안이 바로 ‘산불재난 대응 협업형 조직모델’이다. 그 핵심은 중앙정부(산림청·소방청)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상설 협업기구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동해안 통합산불방지센터(가칭)”는 강원·경북 등 산불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기능을 수행한다. 센터의 기본 구조는
예방팀(산불위험 예측, 연료관리, 홍보 등), 대비팀(훈련, 자원배분 계획, 대응 매뉴얼 등), 진화팀(통합지휘, 항공·지상 병행 대응, 군·소방 협력 등), 복구팀(피해조사, 산림복원, 주민지원 및 사후평가 등)이 될 수 있다. 또한 ICT·AI 기반의 스마트 대응체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GIS를 활용한 산불위험지도, 드론·위성 영상 실시간 공유, AI 기반 화재 확산 예측 시스템이 바로 그 예이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정확한 의사결정과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휘체계의 일원화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중앙,지방 공동지휘본부가 가동되어 자원·정보·명령이 하나의 라인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이때 군, 경찰, 공공기관, 민간, 자원봉사단체까지 모두 참여하는 네트워크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방에서 복구까지 ‘전주기 협업체계’로
향후 정부와 지자체는 산불재난을 단순히 ‘자연재난’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상설 협업센터 설립 및 법제화를 위하여 중앙, 지방 공동운영형 협업센터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하여 제도화하고 산림청, 소방청, 환경부, 국방부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산불관리위원회’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재난관리 예산을 확대하고, 주민 참여형 산불예방 프로그램 도입하며 연중 산불감시원 상시근무체계 구축하여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드론·AI·위성 기반 산불조기경보시스템 구축하고 국립 산불데이터센터 설립을 통한 정보 통합 관리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정책은 발굴하여 단순히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재난관리의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여야 한다.
재난행정의 실무형 조력자
이 과정에서 행정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산불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각종 인허가, 보상, 피해신고, 복구계획, 주민참여 등 종합적 행정과정을 수반한다. 행정사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전문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재난 관련 인허가 및 행정절차 지원
산불피해 복구사업, 산지전용·복구공사 인허가, 피해주민 보상신청 등에서 행정적 절차를 대행하고, 현장과 행정기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 재난 대응 계획 및 안전관리계획 수립 지원
지자체의 지역재난관리계획, 주민 자율방재단 운영, 예방캠페인 기획 등에서 행정 전문성을 제공한다.
- 정책제안 및 제도개선 참여
행정사는 지역 현장의 실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전문가로서, 협업체계의 법제 개선과 행정절차 간소화를 위한 정책 건의를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행정사는 이 분야에서도 재난대응 체계의 행정적 허브로서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협업이 곧 생명이다
산불은 더 이상 자연의 일탈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적 결과이다. 기후변화, 도시확장, 행정 분절, 예산 부족 등의 불씨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가 지휘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협업형 조직모델은 단순한 제도개선이 아니라 국가 재난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예방에서 복구까지, 중앙에서 지역까지, 공공에서 시민까지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비로소
“불타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