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6일, 제36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전국 200여 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올해도 본 기자는 경기도 화성시 장안대학교 고사장에서 시험감독관으로 참여하며 현장을 지켰다.
새벽녘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시험장으로 향하는 길, ‘오늘 하루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시험장 입구에는 이른 시간부터 수험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수험표를 손에 꼭 쥔 얼굴들에는 간절함과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개업소의 휴·폐업이 연일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도 수험생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한 응시자는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전문 자격은 여전히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험장에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준비하거나, 부동산 실무 지식을 쌓기 위해 응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 자격은 단순한 중개업 진출의 수단을 넘어, 부동산 관련 전문지식 습득과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공인중개사 폐업 수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시자 수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자격시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는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생계의 돌파구로, 누군가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도전으로 시험장에 섰다.
그 간절함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노력과 기회로 움직인다는 증거일 것이다.
감독관으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시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자격시험의 마지막 보루로서, 한 사람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신분 확인부터 휴대전화 수거, 시험지 배부와 회수, 부정행위 예방까지, 모든 절차가 정해진 규정 속에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진다.
작은 실수 하나가 응시자의 신뢰를 흔들 수 있기에, 감독관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험은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라, 공정사회의 신뢰를 쌓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난 후, 정적이 감돌던 교실을 나서는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내년엔 꼭 합격하겠습니다”라는 한 응시자의 말이 귓가에 남았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도전과 희망,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행정사로서 공정한 절차를 중시해온 나는 이번 감독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공정’의 가치를 실감했다.
시험의 공정성은 사회 신뢰의 근간이며, 자격시험은 그 신뢰를 확인하는 사회적 장치다.
한 사람의 노력과 열정이 정확히 평가받는 사회, 그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이러한 공정한 시험 현장에 있다고 믿는다.
감독관으로서 보낸 하루는 짧았지만, 그날 만난 수험생들의 진심 어린 눈빛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 눈빛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보았다.
불안한 경제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이들의 노력은 곧 우리 사회의 회복력이다.
공정과 신뢰, 그리고 전문성, 이 세 가지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행정사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이번 시험장에서 다시 한 번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