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행정사회신문 송경택 기자]
디지털 전환의 거대한 파도가 마침내 행정사 업계의 방파제를 넘었습니다. 물리적 접근성이 곧 경쟁력이었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자리를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장터’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문직의 위기라 말하지만, 이 변화야말로 행정사라는 업(業)의 본질을 재설계할 절호의 ‘골든타임’으로 확신합니다. 이에 <</span>긱 이코노미 시대, 행정사의 생존 방정식>을 주제로 기획 특집으로 진행합니다. 행정사를 ‘양복 입은 긱 워커’로 재조명하는 1편을 시작으로, 달라진 의뢰인의 심리(2편)를 전편에서 게재하였고, 전문 플랫폼의 필요성(3편), 그리고 AI와 협업하는 미래 전략(4편)을 본 후편에서 짚어봅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 행정사 생존의 조건은 ?
제3편 : ‘다이소’식 종합 마켓을 넘어, 행정사만의 ‘전문 플랫폼(Vertical Platform)’이 필요하다
- 싸구려 흥정이 아닌 ‘가치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
- 리스팅(Listing)에서 매칭(Matching)으로... 플랫폼의 진화가 시작됐다
- [인터뷰] ‘나의 행정사(가칭)’ 개발 A 행정사, “회에 짐 덜어주는 디지털 우군 될 것”
“변호사 전화 상담 1만 원, 행정사 내용증명 작성 3만 원...” 국내 유명 재능 마켓 플랫폼의 메인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전문가의 고뇌가 담긴 지식 서비스가 에어컨 청소와 데이터 라벨링 알바, 번역, 디자인 용역과 한데 뒤섞여 있다. 마치 ‘다이소’의 매대 위에 진열된 저가 공산품처럼 국가 전문 자격사의 서비스가 ‘초특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팔려나간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혁신이라 부르고 소비자들은 가성비라 부른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 행정사 업계가 받아들여야 할 미래의 전부일까?
제3편에서는 범람하는 ‘종합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을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행정사 업무의 특수성을 담아낼 ‘버티컬(Vertical, 전문)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최근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행정사 정보 제공 사이트들의 의미를 짚어보고 이를 넘어선 ‘매칭 알고리즘 플랫폼’의 비전을 제시한다.
‘법률’은 ‘배달 음식’이 아니다 : 종합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
현재 행정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플랫폼들은 모든 카테고리를 다루는 백화점식 구조인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 서비스가 획일적인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용역과 달리 행정 서비스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라 의뢰인의 개별적인 상황과 법령의 해석, 관할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에 따라 솔루션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비정형 서비스이다.
하지만 종합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가격과 평점이라는 단순한 숫자 지표로 전문가를 한 줄로 세울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10년 내공의 베테랑 전문가조차 이제 막 자격증을 취득한 초심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다. 플랫폼이 설계한 경쟁의 기준이 ‘누가 더 잘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싼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인허가 업무조차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치닫고 서비스 품질은 하락하며 행정사 전체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더욱이 플랫폼은 중개만 할 뿐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15~2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떼어간다. 재주는 행정사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 행정사를 디지털 소작농으로 만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본회’의 어깨를 가볍게 : 역할 분담이 필요한 시점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회원이 대한행정사회의 역할을 기대한다. 본회가 직접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여 회원들을 보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우리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대한행정사회는 행정사의 권익 보호, 법정 교육, 대국회 활동, 제도 개선 등 굵직한 과제들을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여기에 고도의 IT 기술력과 기민한 시장 대응이 필요한 플랫폼 사업까지 직접 떠안는 것은 조직에 과도한 하중을 줄 수 있다. 또한, 공적 단체의 특성상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와 사용자 경험(UX)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따라잡기에는 예산과 절차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역할 분담으로 대한행정사회는 행정사의 위상을 높이는 제도와 정책에 집중하고, 시장의 최전선에서 의뢰인과 만나는 플랫폼 혁신은 민간의 유연함과 전문성을 갖춘 주체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답은 ‘버티컬(Vertical)’에 있다 : 리스팅을 넘어 매칭으로
이제는 모든 걸 다 파는 ‘아마존’ 모델이 저물고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버티컬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 패션(무신사), 인테리어(오늘의 집), 세무(삼쩜삼) 등 타 전문 영역에서도 이미 전용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 행정사 업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행정사 매칭 홈페이지 '잘도아' 등 행정사 전용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이다. 이는 행정사 시장에서도 '전문 정보'에 대한 수요가 무르익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행정사들을 분야별로 모아 소개함으로써 의뢰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단순한 정보의 모음(Listing)을 넘어 의뢰인의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연결하는 정교한 ‘매칭(Matching)’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 매칭 시스템이어야 한다. 단순 가격 비교가 아니라 행정사의 전문 분야와 해결 역량이 매칭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누가 더 싼가"가 아니라 "누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인가"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통해 행정사의 전문성이 정당한 가격으로 인정받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본회와 연계된 철저한 신뢰 시스템이다. 무자격자가 판치는 오픈 마켓과 달리, 대한행정사회 회원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고 윤리 교육을 이수한 행정사만 활동할 수 있는 ‘청정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본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다.
[미니 인터뷰] “가격 말고 가치로 평가받고 싶었습니다”
- 자체 매칭 플랫폼 ‘나의 행정사(가칭)’ 개발 중인 A 행정사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개발에 뛰어든 A 행정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행정사 중심 플랫폼'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현직 행정사로서 직접 플랫폼 개발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동료 행정사들이 거대 종합 플랫폼에서 부품 취급을 받으며 수수료를 떼이고 최저가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에 분노와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행정 서비스는 공산품과 달라서 단순 가격 비교가 불가능함에도 기존 플랫폼들은 행정사를 가성비로만 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업의 본질을 가장 잘 아는 행정사가 직접 판을 짜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디지털 소작농’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최근 행정사 전용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매칭 시스템은 기존 방식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최근의 움직임들은 행정사 업계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준비하는 핵심 차별점은 ‘매칭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의뢰인이 처한 상황(키워드)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해당 분야의 성공 사례와 데이터를 보유한 행정사를 찾아 연결해 줍니다. 의뢰인이 일일이 목록을 보고 고르는 수고를 덜어주고 행정사에게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딱 맞는 의뢰인을 연결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대한행정사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민간 주도 플랫폼의 장점은?
“많은 분이 본회가 다 해주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플랫폼 구축과 운영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 영역입니다. 대한행정사회는 행정사의 권익을 위한 정책과 제도에 집중해야 합니다. 대신 민간(현장 전문가)이 기민하게 시스템을 구축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그 바탕에 본회가 추구하는 공공의 가치를 심는다면 가장 이상적인 역할 분담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이 플랫폼이 단순히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을 넘어 행정사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인프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대한행정사회의 제도적 지원과 우리의 기술적 시도가 만나 행정사들이 긱 이코노미 시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디지털 전초기지’를 만들겠습니다.”
민간의 ‘혁신’과 공공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
누가 이 혁신의 깃발을 들 것인가? IT 기업은 행정 시장의 생리를 모르고 관(官) 주도의 조직은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벅차다. 결국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임자는 인터뷰에서 만난 A 행정사 처럼 IT 마인드를 갖춘 혁신적인 행정사 그룹일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행정사 전용 사이트들은 변화의 신호탄이다. 이러한 시도를 대한행정사회는 통제 밖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본회의 부족한 손발을 대신해 줄 든든한 우군의 등장으로 바라봐야 한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특정 업체의 독점으로 흐르지 않고 전체 행정사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본회 차원의 건전한 모니터링과 제도적 뒷받침 논의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간의 효율성과 실행력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되 그 밑바닥에는 ‘행정사 업역 보호’와 ‘국민의 행정 편익 증진’이라는 법정단체의 공공 철학을 공유하는 모델이 바로 긱 이코노미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공형 민간 플랫폼’의 청사진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행정사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메기’이자 ‘게임 체인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 “행정사 생존 돌파구는 있는가?”
제4편: [미래 전략] AI와 공존하는 ‘하이퍼 긱(Hyper-Gig)’ 행정사의 탄생
- "AI는 경쟁자가 아닌 가장 강력한 비서... 작성은 기계에, 판단은 인간에게"
- 나 홀로 사무소의 한계 넘는 ‘초연결 협업(Gig Team)’이 미래의 생존법
AI 공포를 넘어, 도구의 지배자로
2023년, 생성형 AI인 챗GPT의 등장은 전 세계 전문직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행정사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AI가 탄원서도 쓰고, 번역기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대에 행정사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으며 실제로 누군가는 AI의 등장으로 행정사라는 직업이 소멸할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오히려 앞서가는 행정사들은 AI라는 고성능 엔진을 달고 더 높이 비상하고 있다. 기술은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해 주는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연재의 마지막 순서인 제4편에서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여 탄생할 미래형 행정사, 즉 ‘하이퍼 긱(Hyper-Gig)’의 모습을 조망한다.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되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창의적 솔루션에 집중하는 ‘초(超)전문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 비서와 함께하는 ‘1인 로펌’급 생산성 혁명
‘하이퍼 긱(Hyper-Gig)’이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한 ‘슈퍼 긱 워커’를 뜻한다. 이들에게 AI는 밥그릇을 뺏는 경쟁자가 아니라 4대 보험을 들어줄 필요도, 퇴직금을 챙겨줄 필요도 없는 가성비 최고의 직원이자 24시간 불평 없이 일하는 유능한 비서이다.
과거 ‘나 홀로’ 행정사의 업무 시간 중 7할은 ‘작성(Writing)’에 소요됐다. 사실조사 확인서와 진정서, 인허가 신청 서류의 초안을 잡는 데만 꼬박 반나절을 끙끙대곤 했고 정작 중요한 영업이나 의뢰인 상담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하이퍼 긱 행정사는 이 비생산적인 고리를 AI로 과감히 끊어낸다.
"00구청에 제출할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영업정지 구제 행정심판 청구서 초안을 작성해 줘. 핵심 논리는 위반 행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과,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점을 판례 스타일로 강조해 줘." 명령어(프롬프트) 하나면 AI는 불과 1분 만에 그럴듯한 초안을 쏟아낸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관공서에 낼 수는 없지만 여기서부터 행정사의 진짜 실력이 발휘된다.
행정사는 AI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자가 아닌 편집장으로서 법리적 오류를 검토하고 의뢰인의 절절한 사연을 녹여내며, 관할 행정청의 최근 심사 경향을 반영해 문장을 다듬는다. 서류 작성 시간이 4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된다면 남은 3시간 30분 동안 행정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책상이 아닌 현장으로 나간다. 더 많은 의뢰인을 만나 눈을 보고 상담하고 현장을 꼼꼼히 조사하며 주무관과 소통하며 협의할 수 있다. 즉, AI는 행정사를 서류 더미에서 해방시켜 현장 중심의 해결사로 격상시켜 주는 도구인 셈으로 이것이 바로 AI가 가져온 생산성 혁명의 본질이다.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성역, 정무적 판단과 공감
그렇다면 AI가 고도화될수록 행정사의 입지는 좁아질까?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 행정사’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행정 업무의 본질은 기계적인 법령 적용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재량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청의 처분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법령의 해석은 모호할 때가 많고 공무원의 재량권은 광범위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행정사의 정무적 감각과 협상력이다. AI는 법조문은 읊을 수 있어도 깐깐한 주무관의 성향을 파악해 설득 논리를 개발할 수는 없다.
또한 AI는 탄원서 양식은 채울 수 있어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 흘리는 의뢰인의 손을 잡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는 없다. 의뢰인이 행정사를 찾는 진짜 이유는 차가운 법률 지식 때문이 아니라 내 편이 되어 싸워줄 사람이 필요해서이다. 하이퍼 긱 행정사는 AI의 데이터 위에 인간만의 통찰과 온기를 덧입히는 사람이다. 이것이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고부가가치 영역이며 미래 행정사가 지향해야 할 프리미엄 서비스의 핵심이다.
‘나 홀로’의 한계를 넘는 초연결 : ‘긱 팀(Gig Team)’
긱 이코노미 시대, 하이퍼 긱 행정사의 또 다른 무기는 AI보다도 연결성에 있다. 그동안 행정사는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힌 고립된 섬이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 예컨대 공장 설립 인허가 중에 복잡한 토지 보상 이슈가 터지면 난감해하며 의뢰를 돌려보내거나 억지로 맡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의 생존 공식은 다르다. 클라우드와 협업 툴을 통해 순식간에 ‘긱 팀(Gig Team)’을 꾸리는 것인데, 이는 프로젝트별로 최적의 전문가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과업이 끝나면 흩어지는 유연한 조직 형태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가령 ‘미국 기업의 한국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수임했다고 상상해 보자. 이는 공장 부지 인허가, 토지 보상, 외국인 근로자 초청, 법인 설립 등 복합적인 업무가 얽혀 있어 한 명의 행정사가 감당하기엔 벅찬 과제다.
이때 하이퍼 긱 행정사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온라인 협업 공간에 공장 설립 전담팀을 만든다. 부산에 있는 토지 보상 전문 A 행정사, 서울의 법인 설립 전문 B 행정사, 그리고 영어 통번역 자격을 갖춘 C 행정사를 초대한다. 이들은 각자의 사무실(집 혹은 공유 오피스)에 있지만 실시간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화상 회의로 전략을 짠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팀은 쿨하게 해산한다. 사무실 임대료나 고정 인건비 걱정 없이 대형 로펌에 버금가는 각 분야 전문가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조직, 이것이 긱 이코노미가 선물한 규모의 경제이다. ‘나 홀로’ 행정사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시스템이다.
[맺음말] 파도를 즐기는 서퍼(Surfer)가 되어라
총 4회에 걸쳐 긱 이코노미 시대, 행정사의 생존 방정식을 살펴보았다. 1편에서는 ‘긱 워커’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했고, 2편에서는 플랫폼으로 이동한 의뢰인의 심리를 읽었다. 3편에서는 전문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마지막 4편에서는 AI 및 긱 팀과 협업하는 미래상을 그렸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변화는 막을 수 없지만, 그 방향은 우리가 정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士)자 직업’의 권위가 해체되고 무한 경쟁과 기술 혁신이 몰아치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변화가 재앙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행정사는 본래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온 DNA를 가진 집단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긱 경제라는 파도는 우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멀리,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오는 것이다. 이제 낡은 닻을 올리고, 대신 AI라는 돛을 달아 협업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항해를 시작하자. 저 거친 파도 너머에 우리가 꿈꾸는 ‘행정사 전성시대’가 기다리고 있다.
(전편에 이어 후편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