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한 해 외국인(E-9)은 지방으로, 동포는 수도권으로...[대한행정사회신문=김정섭 기자]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과 동포 37만7천여 명이 지역 간 이동을 했다. 월평균 3만 명 이상이 거주지를 옮긴 이 수치는 이제 외국인 이동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 구조 변화를 좌우하는 상수(常數)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이동이 결코 균질하지 않다는 점이다. 숫자 속에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고, 그 방향성은 현행 이민정책의 한계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법무부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중 이동 구조’다. 일반 외국인은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반면, 동포는 서울을 떠나 수도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같은 ‘외국인’이라는 범주로 묶기에는 이동의 이유와 결과가 전혀 다르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의 이동은 산업 구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경기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노동력은 충남·충북 등 지방 산업 현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지방 제조업과 농축산업이 이미 외국인 노동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노동자는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D-2)은 지방을 떠나 서울로 몰렸다. 이는 지방대학의 국제화 전략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단순한 등록금 확보 수단에 머문다면, 졸업 이후의 정주와 취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교육·연구·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외국인 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동포의 이동은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재외동포(F-4)와 영주권자(F-5)는 서울을 떠났지만, 수도권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인천과 경기로의 이동은 주거비, 생활 여건, 교육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는 동포 정책이 더 이상 ‘서울 중심’으로 설계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동포는 노동력 이전에 정주 인구이며, 이들의 이동은 주거·교육·복지 정책과 직결된다.
이러한 흐름은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여전히 외국인과 동포를 하나의 정책 대상, 하나의 숫자로 다루고 있지 않은가. 체류자격별 이동 동기와 지역별 수요가 이렇게 뚜렷한데도, 정책은 여전히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지역특화형·광역형 비자와 비자 규모 사전공표제는 방향성 자체는 옳다. 그러나 비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이동은 고용 정책과 맞물려야 하고, 유학생 정책은 지방대학 구조개혁과 연계되어야 하며, 동포 정책은 주거와 교육을 포함한 정주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번 통계의 진정한 의미는 ‘얼마나 이동했는가’가 아니다. ‘왜 이동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있다. 숫자는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이제 정책이 그 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차례다. 데이터 기반 이민정책이란 결국, 데이터를 읽고 결단하는 정치와 행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