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도 돈도 모두 잃고!
노인을 노린 기막힌 부동산 사기, 보호 장치는 없는가
“나는 믿었던 사람들이었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지… 이제 다 늙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경기도에 거주하는 80대 노인 김OO(가칭)는 지난 3년간 자신의 평생 자산이었던 토지를 처분하고, 그 대가로 받기로 한 돈과 새로 지어주기로 한 집까지 모두 잃었다.
거래로 시작된 ‘믿음’, 그리고 파국
김 씨는 2023년,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가칭)씨 부부와 부동산 거래를 시작했다. 이 씨는 “당신 땅을 우리가 인수해 대출도 갚아주고, 세금도 다 낼 테니 안심하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서류로도 작성됐다. 약정서에는 분명히 ‘토지에 대한 대출 인수, 제세공과금 납부, 이후 3억 원 지급’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김 씨가 신뢰를 주고 토지 소유권 이전까지 협조하자, 이 씨는 온갖 핑계를 대며 돈과 집을 주지 않았다. “조만간 드리겠다”, “건축 허가가 나야 한다”, “자금이 곧 들어온다”는 말만 수개월째 반복됐다.
김 씨는 인터뷰에서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을 땅 팔아서 돈 받고, 아들 딸도 도우려 했는데.. 집도, 돈도 없고, 남은 건 빚 뿐이야. 이제 신용불량자가 되고 어떻게 살아야 될지 막막해.. 생활보호대상자를 신청해야 하나!”
“명의신탁! 기망! 법은 멀고 노인은 가깝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피해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 명의신탁, 허위계약 등의 사기 형태로 노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김 씨의 사례처럼 노인이 계약서에 서명은 했으나 실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을 지나치게 신뢰하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소지뿐 아니라, 고의적 기망(사기) 행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특히 고령자는 정보 접근성도 떨어지고, 법적 대응 능력도 약해 적극적인 보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안전망은 더 촘촘해야 한다. 현재도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거래나 고액 금전거래는 공증, 세무 신고, 금융 실명제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고령자의 경우 계약 단계에서부터 전문가(공증인, 변호사, 행정사) 동석을 의무화하거나, 일정 연령 이상 고액 거래는 행정기관이 재확인하는 절차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노인 거래 사전 확인제’(가칭)를 통해 일정 나이 이상 노인의 고액 부동산·금전 거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전 면담이나 확인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이는 노인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하는 ‘묻지마 계약’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김 씨는 끝내 “혹시라도 이 씨가 미안하다며 약속을 지킬까봐! 라며 인터뷰 도중에도 휴대폰만 바라봤다.
그러나 기약 없는 기다림은 이제 그만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노인을 공경한다’고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지키고, 정직하게 살아온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망이 필요할 때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금전 사기,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