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길연 행정사는 한국으로 유학을 오려는 베트남 학생들의 유학이나 연수 관련 행정업무 처리 전문가다.
사진=조훈환
◆ 행정사의 길에 들어서다
경북 문경에서 나고 자란 인길연 행정사는 평생을 공공과 교육, 그리고 국제무대를 향한 도전 속에서 살아왔다. 그는 오랜 공직 생활과 대학교수 경력을 거쳐, 새로운 도전으로 ‘행정사’의 길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정사는 단순히 서류를 처리하는 직업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인 행정사에게 이 일은 ‘국가와 개인,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였다.
그가 행정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시점은 2017년이었다. 출입국 행정과 비자 업무, 특히 유학생 비자와 관련된 복잡한 절차를 직접 수행하며 그는 빠르게 전문성을 쌓았다. 행정사 취득 후 곧바로 현장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업무의 연속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경로’를 바꿔주는 과정이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려는 학생들은 D-2(유학)이나 D-4(연수)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서류 불일치, 학비 송금 증빙 부족, 재정 보증인 문제 등으로 발급이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 행정사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라 ‘조언자’ 역할을 했다. 학생과 부모를 동시에 설득하고, 필요한 경우 직접 학교 측과 연락해 문제를 해결했다.
“비자 한 장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죠.”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인 행정사에게 비자 업무는 단순 행정 처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현재 그는 대구에 ‘샤머스인 행정사사무소’ 간판을 걸고 행정사 업무를 보고 있다. 또한, 글로벌 법인회사도 설립해 활동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 베트남과의 운명적인 연결
인 행정사의 이름이 베트남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건, 대구경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였다. 그 시절 그는 수많은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을 만나 사업 확장 방안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베트남과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베트남은 그에게 단순한 해외 시장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제2의 현장’이었다. 그는 직접 현지를 방문해 인맥을 만들고, 법인 설립·투자 허가·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를 지원했다. 한 달 중 20일 이상을 베트남에서 보내며, 한국 기업의 진출과 현지 인력 유입을 돕는 ‘현장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은 법률 자문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처럼, 단순히 법 조항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언어·문화·관습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인 행정사는 바로 그 부분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법인 설립’이다. 서류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지방 행정기관마다 요구사항이 다르고, 담당자 판단에 따라 절차가 달라지기도 한다.
인 행정사는 이런 상황에서 ‘표준 해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각 지역 특성을 분석하고, 현지 변호사·회계사와 긴밀히 협력해 최적의 경로를 찾았다.
그는 투자허가서 발급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류 한 장을 받기 위해 몇 번이고 담당 부서를 오가야 했다.
“한국식 속도로만 생각하면 답답해서 못 합니다. 대신, 미리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한 단계 앞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의 이 접근 방식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다.
불법 브로커 영역을 잘 감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인길연 행정사(사진 왼쪽)
사진=조훈환
◆ 불법 브로커와의 싸움
“출입국 비자 신청 대행은 법적으로 변호사나 행정사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브로커들이 영업은 다 해놓고, 막상 비자 신청할 때만 행정사에게 건당 50만 원, 60만 원을 주고 서류만 대리로 내게 합니다. 이런 부끄러운 짓은 그만해야 합니다.”
그가 행정사로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문제는 ‘불법 브로커’다. 출입국 행정 분야, 특히 유학·연수 비자 업무에서는 법적으로 행정사나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일부 유학원과 여행사가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신청 과정에서만 형식적으로 행정사를 거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합법적인 영역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지와 방치가 불법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부 행정사가 눈앞의 수수료에 눈이 멀어 브로커들의 하수인이 되고 마는 현실을 두고, 인 행정사는 “행정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다 해야지, 브로커 손아귀에 놀아나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제 사례를 들며 강한 어투로 밝혔다.
“출입국 사무소 앞에 가보면 우리 행정사들은 그냥 비자 신청서 내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정작 돈이 되는 전문적 노하우는 모르니까 그런 거죠. 그러니 변호사들이 비웃습니다. ‘행정사들, 자기들 영역도 모르니 결국 브로커 밑에서 논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행정사회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군·구청이 행정사 자격 없는 업체의 인허가 신청을 받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하다면 기관 고발까지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육을 강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지방 농촌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 비자를 둘러싼 브로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인 행정사는 “행정사의 밥그릇, 제대로만 하면 정말 크게 키울 수 있습니다. 교육만 제대로 시키고 우리 권역만 지켜주면 행정사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행정사의 무지나 무관심 속에 오히려 무자격자들이 행정 업무 대행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입국 분야뿐 아니라 각종 인허가 업무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언급했다.
“시청 앞만 가봐도 산지전용 허가 같은 게 엄청 많은데, 원래 행정사가 해야 할 일을 토목 하는 사람들이 다 해버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위임장 하나 받아서 허가 서류를 내는데, 행정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명백한 불법 대행이거든요.”
실제로 인 행정사가 카페 부지로 매입한 산지의 개발허가를 받을 때에도, 토목업자가 관련 서류 업무를 처리했다. 인 행정사는 “내가 그 친구한테 ‘나도 행정사 자격 있으니 나중에 문제 되면 내 사무실 명의로 한 건씩 넣고 가라. 대신 비용을 내라’고 했다”며 웃었다고 한다. 그만큼 행정사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지 않으면 다른 직역이나 브로커에게 일을 빼앗기는 현실을 우려한 발언이다.
◆ “지역과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 할 것”
그의 삶의 거점은 여전히 고향 문경과 대구·경북 중심도시인 대구다. 해외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고향을 기반으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뿌리’를 지키면서도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진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베트남 현장에서 기업과 개인의 성공을 돕는 동시에, 그는 문경과 대구에서 각종 자문 활동과 행정사 네트워크 확장에도 힘쓴다.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 서류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며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인 행정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첫째,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안정적이고 투명한 행정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것.
둘째, 불법 브로커를 줄이고 합법적·전문적인 서비스 시장을 만드는 것.
셋째, 후배 행정사들에게 실무 경험과 국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그는 “행정사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라고 말한다.
베트남의 한 기업인이든, 문경의 한 주민이든,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앞으로 베트남에 특화된 행정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한국-베트남 양국 간 합법적·투명한 행정 절차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