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행정사회가 오는 10월 한 달간 ‘행정민원구조센터 무료상담’을 시범 운영한다. 행정사가 직접 참여해 국민 누구나 무료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복잡한 제도와 절차 앞에서 길을 잃은 국민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조치다. 공공성 강화와 국민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점에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상담 범위가 실질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체류자격 변경, 귀화, 영주권 신청과 같은 출입국 문제, 산재보상·실업급여·임금체불과 같은 노동 문제, 학교폭력 진정 및 심의 절차 상담, 운전면허 구제, 디지털 범죄 피해, 소상공인 지원, 주민센터 생활민원 등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문제가 망라돼 있다. 최근 급증하는 온라인 사기, 명예훼손, 허위정보 유포 같은 디지털 피해까지 포함된 것도 현실적이다. 단순히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서 피해를 감내하던 국민이 제도적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상담은 비용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전문가 상담은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상담이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은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유선 상담과 현장 상담을 병행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비록 10월 한 달간 시범적으로 운영되지만, 그동안 쌓인 수요와 경험이 제도화로 이어진다면 더 큰 성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시범 운영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사례와 문제들은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 제도와 정책의 빈틈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임금체불 문제는 노동환경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외국인 체류 자격 문제는 이민·출입국 행정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피해 사례는 온라인 안전망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 같은 현실은 상담을 통해 단편적으로 해결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한행정사회가 이번 상담에서 얻은 자료를 단순히 내부 기록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에 정책 제안으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행정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행정사는 흔히 단순한 서류 작성인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국민 권리를 지켜주는 사회적 대리인이다. 복잡한 행정 절차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행정사는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다. 따라서 이번 무료상담은 행정사의 사회적 기능을 널리 알리고 그 가치를 제도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때 행정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때 비로소 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될 것이다.
남은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무료상담이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 예산 지원, 상담 참여 확대, 상담 사례의 체계적 관리와 데이터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고, 대한행정사회가 조직 역량을 강화하며, 언론이 지속적으로 성과와 과제를 조명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이번 무료상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 권리 구제의 새로운 틀로 자리잡을 수 있다.
행정민원구조센터 무료상담은 작은 시작이지만, 그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제도와 절차 속에서 지켜내는 길은 먼 여정이다. 그러나 첫걸음을 떼지 않는다면 도착점도 없다. 이번 시범 운영이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제도적 기반으로 발전해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던 국민을 보호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