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획특집] 전국 확산이 시급한 ‘마을행정사 제도’, 행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새로운 길이다
  • 김연욱
  • 등록 2025-10-17 15:07:57
기사수정
  • 행정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행정사, 이제는 전국이 함께 나서야 할 때

서울성북구 마을 행정사가 주민들에게 상담해주고 있다. 사진제공=성북구

전국 곳곳에서 ‘마을행정사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임미선 도의원이 발의한 ‘마을행정사 운영 조례안’이 기획행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미 인천광역시, 충청남도, 전라북도가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며, 서울특별시의회에서도 관련 안건이 계류 중이다.
이는 지방행정의 현장에서 오랜 기간 민원인과 함께해 온 행정사 제도의 사회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여전히 ‘지역 단위의 산발적 움직임’에 그치고 있다. 대한행정사회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반가운 일이면서도 아쉬운 현실이다. 이제는 전국적 차원의 제도화와,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 마을행정사란 무엇인가

 

마을행정사는 행정사법에 따라 자격을 취득한 전문 행정사가 지역 주민 가까이에서 무료 행정상담과 민원 지원을 수행하는 제도다.
법률이 아닌 행정 실무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 상담, 서류 작성,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나아가 행정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고령층, 다문화가정, 외국인 주민, 장애인, 농어촌 지역 주민 등 행정 접근이 어려운 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공공형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센터나 시청 민원실이 행정의 ‘창구’라면, 마을행정사는 행정의 ‘현장’에 들어가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행정사들은 그동안 각자의 사무실에서 의뢰를 받아 서류를 대행하거나 법률 자문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 모델은 여전히 ‘찾아오는 민원 중심’이었다.
반면, 마을행정사 제도는 ‘찾아가는 민원 서비스’로 행정 패러다임을 바꾼다. 행정사가 직접 마을 단위로 들어가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는 점에서, 복지사나 주민자치센터 직원과는 다른 독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절차를 모르거나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 귀화 이후 가족관계 등록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 주민,

• 농지 전용이나 창업 인허가 과정에서 복잡한 행정 절차를 마주한 귀농인 등에게 마을행정사는 가장 가까운 ‘행정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대한행정사회는 이 제도가 단순한 봉사 활동을 넘어 ‘행정의 평등권 보장’과 ‘생활권 복지 실현’에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즉, ‘누구나 살고 있는 곳에서, 복잡한 법률 용어를 몰라도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행정의 기본 이념을 실천하는 제도인 것이다.

 

◆ 제도의 산발적 추진이 아닌 ‘전국 동시 시행’ 필요

 

2024년 3월 인천광역시가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면서 마을행정사 제도는 현실화되었다. 현재 인천에는 33명의 마을행정사가 지역별로 배치되어 주민들의 행정상담을 수행하고 있다. 이후 충남과 전북이 조례를 제정했고, 서울과 강원도도 잇따라 도입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여전히 ‘조례 제정 지역’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에서는 제도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마을행정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반면, 다른 지역 주민들은 동일한 서비스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행정서비스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편차가 아니다. 행정의 기본 원리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가이드라인과 예산지원 체계가 시급히 필요하다.

더욱이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만으로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운영 주체, 예산 항목, 행정사의 활동 범위가 제각각이라 제도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은 ‘무료상담’만 허용하고, 어떤 지역은 ‘서류 작성 보조’까지 가능하다. 어떤 곳은 수당을 지급하지만, 어떤 곳은 순수 봉사 개념으로 운영한다.

이처럼 제도적 기준이 통일되지 않으면 전국 단위의 서비스 품질 관리가 어렵다.
결국,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행정사와 주민 모두 혼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대한행정사회와 중앙정부(행정안전부 또는 법제처)가 중심이 되어

 

• ‘전국 표준 운영지침’을 제정하고,

• ‘지자체별 예산 분담 기준’을 마련하며,

•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활동 실적을 공유·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야말로 행정사 제도를 통한 ‘생활 속 공공행정 네트워크’ 구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제도화를 위한 법적·행정적 과제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인 인천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33명의 마을행정사들은 매주 동주민센터, 복지관, 경로당 등에서 무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주민들의 반응이 조심스러웠지만, 실제로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고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 행정사를 경험한 뒤엔 “이런 제도가 있었느냐”며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행정사는 단순히 서류를 작성해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행정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연결자다.
행정사는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행정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현재 마을행정사 제도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조례 수준의 제도화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조례마다 근거 조항이 다르고, 행정사 자격 관리나 역할 정의가 명확히 통일되어 있지 않다. 어떤 조례는 ‘상담과 안내’까지만 규정하고, 또 다른 곳은 ‘서류작성 및 제출 지원’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 간 제도 편차를 낳는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근거 법령이 부재해 각 지자체가 예산을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조례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따라서 마을행정사 제도의 전국적 시행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1. 행정사법 시행령 또는 행정안전부 훈령에 ‘마을행정사 제도’ 명시
→ 지자체 조례의 근거 규정을 명확히 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 마련.

2. 국비 지원 근거 조항 신설
→ 현재 모든 비용을 지방비로 충당하고 있으나, 제도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국비 지원 항목으로 편입해야 한다.

3. 정부, 대한행정사회와의 공식 협력 체계 구축
→ 마을행정사 위촉, 교육, 평가를 민관 협력 모델로 운영해야 한다.

4.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평가 시스템 마련
→ 지역별 활동 현황, 상담 건수, 주민 만족도 등을 중앙에서 집계해 제도의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검증.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 마을행정사 제도는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공공행정 혁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방자치의 원리는 각 지역의 특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행정사 제도는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행정 접근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직결된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제도의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별로 조례를 따로 제정하고 운영 기준이 달라진다면, 국민은 거주 지역에 따라 행정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이 아닌 ‘행정서비스의 편차’를 심화시킨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자체의 민원행정 효율화, 주민참여 행정 확대를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중 일부를 ‘마을행정사 운영사업’으로 편성한다면, 단기간 내 전국 동시 시행이 가능하다.
특히 농어촌, 도서·산간, 고령화 지역에 우선 배치한다면 행정 격차 해소의 모범 모델이 될 수 있다.



임미선 강원도의회 의원이 발의한 '강원특별자치도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15일 기획행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 행정사 직역의 공공성 확대와 사회적 가치

 

행정사는 ‘민원서류의 전문가’이자 ‘법령에 의한 국민의 권익대변자’다. 그러나 그동안 행정사의 역할은 사적 위임에 한정되어 왔다.
마을행정사 제도는 이러한 전문 직역의 공공 참여 기회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현재 행정사는 공직·군·기업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전문인력이다.
이들이 지역사회로 돌아와 마을행정사로 활동한다면, 행정사 개인의 사회적 역할도 확대되고, 지역사회는 그만큼의 행정적 역량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청년 행정사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된다.
특히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군 단위 지역에서는 ‘청년 마을행정사’를 배치해 지역 청년이 행정 현장에서 주민을 돕는 구조를 만들면, 일자리 창출과 행정 혁신이 동시에 가능하다.

마을행정사는 국민과 행정기관 사이의 공적 통로를 민간 전문가가 보완하는 구조를 구현한다. 이는 행정의 민주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시대적 흐름과도 부합한다.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행정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접근성이다. 마을행정사 제도는 주민의 눈높이에서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 장애인 등록 절차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한 가정,

• 귀농 창업 지원금을 신청하려다 행정 용어에 막혀 포기한 청년,

• 배우자 사망 후 상속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이러한 사례에서 마을행정사는 단순한 상담자가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함께 풀어주는 동반자로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행정사는 각종 서류작성 대행을 넘어서, 주민들에게 행정 절차와 법률 지식을 교육하고 역량을 높이는 ‘생활 속 행정교육자’ 역할도 할 수 있다.
주민은 스스로 행정에 접근하는 법을 배우고, 궁극적으로는 행정 의존에서 행정 자립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전국 통합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

 

마을행정사 제도가 진정한 힘을 가지려면, 전국 단위의 정보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는 지역별로 활동 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고, 중앙 차원의 통계도 미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통합 시스템 마련을 제안한다.

 

• 마을행정사 통합 포털 구축
- 각 지역 행정사가 상담 일지, 주민 만족도, 개선 사례 등을 입력하면 중앙에서 데이터 분석. 이를 통해 정책 개선 방향 제시 및 예산 배분의 근거 확보.

• 온라인 상담 연계 시스템 도입
- 오프라인 상담이 어려운 지역 주민도, 온라인으로 마을행정사에게 상담 신청 가능.

• AI 기반 민원 유형 분석
-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고충민원 유형을 분석해 중앙정부 정책 수립에 반영.

 

이러한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마을행정사 제도는 단순한 지역 복지사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행정혁신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마을행정사는 행정서비스의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주민참여의 촉진자다.
행정사들이 마을 단위에서 주민자치회, 통장협의회, 복지센터 등과 협업하면,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 역량이 강화된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만드는 협치 행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사회복지사·법률홈닥터·마을변호사 제도 등이 각각의 분야에서 공공서비스를 확장해 왔듯이, 행정 영역에서도 ‘마을행정사’는 빠진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다.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복지·법률·행정의 삼각 구조가 완성되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전국적인 마을행정사 제도 도입을 통해 다음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행정 사각지대 해소
– 모든 국민이 지역에 관계없이 균등한 행정서비스를 받는다.

2. 행정 효율성 제고
– 민원인의 서류 준비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업무 부담이 감소한다.

3. 지역공동체 활성화
– 마을 단위의 행정 전문가가 주민과의 접점을 강화하며, 공동체 신뢰를 회복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복잡한 행정 절차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이나 거대한 정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마을행정사’다.

행정은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행정은 살아 움직인다.
마을행정사 제도는 바로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0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현대차 정몽구 재단 등 3개 기관, AI 시대 기후테크 정책 포럼 개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지난 7월 1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함께 `제1회 AI 시대의 기후테크 혁신 포럼`을 개최했다.이번 포럼은 최근 기후테크 관련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는 등 급변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민관 파트너십(PPP)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자 마련됐다.재단은 `그린 소사이어티`를 통해 확보한 실...
  2.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산업 특수분류` 제정해 산업 육성 토대 마련 국토교통부는 스마트도시산업의 규모와 일자리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맞춤형 육성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7월 24일 `스마트도시산업 특수분류`를 신규 제정한다.스마트도시산업은 교통·환경 등 도시 운영 전반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복합 산업이다. 그간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체계 내에서는 소.
  3. 2026년 상반기 전국 지가 1.22% 상승…토지 거래량도 2.2% 증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2026년 상반기 전국 지가 변동률이 1.22%를 기록하며 전년 하반기(1.19%) 대비 상승폭이 0.03%p 확대되었다고 24일 밝혔다.이 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가는 2023년 3월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매월 0.2%대 내외의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다.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69% 상승하며 전년 ..
  4. 심야 도심 오토바이 굉음 잡는다…박정 의원, `무인 단속` 법제화 추진 심야 도심 내 이륜차 배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상시적인 단속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무인 소음 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된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시을)은 23일 이륜차 소음으로 인한 국민의 일상 속 고통을 해결하고자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
  5. 구로구, 40세 이상 구직자 대상 경비원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모집 구로구가 재취업을 준비하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를 위해 경비원 법정교육부터 취업 연계까지 묶은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구로구는 `2026년 경비원 취업지원 프로그램 3기` 참여자 51명을 27일부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구로구는 2024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경비직 취업 시 법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일반경..
  6. 경기도청소년야영장, 도내 5개 청소년시설과 상생협력 네트워크 구축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청소년야영장이 도내 5개 청소년수련시설과 손잡고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경기도청소년야영장은 23일 연천군청소년수련관 AI센터에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청소년 활동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선언했다.이번 협약에는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를 비롯해 군포시 청소년수련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