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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청소' 시킨‘담임 교체’ 반복 요구한 학부모···대법원 “교권침해 맞다” 첫 판단
  • 설재오
  • 등록 2023-09-14 14:59:26
  • 수정 2023-09-14 15: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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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임교체 민원 반복한 학부모…대법원, “교권침해”
  • 청소 체벌에 "담임 바꿔달라"…UN협약 꺼낸 2심, 대법 뒤집었다

[대한행정사회신문=설재오 기자] 학부모가 담임선생님 교체 민원을 반복한 행위는 교권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벌 청소' 시킨‘담임 교체’ 반복 요구한 학부모···대법원 “교권침해 맞다” 첫 판단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는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을 학부모 등이 부당하게 간섭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한 초등학교 교장 B씨를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데, 여기에 학부모가 개입해 담임 교체 등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상황이라고 볼 만큼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교사가 학생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초등학교 2학년이던 A씨 자녀는 수업 중 장난을 쳤다. 그러자 담임교사 C씨는 A씨 자녀 이름을 칠판에 붙어있는 레드카드(일종의 벌점제) 옆에 붙이고 방과 후 10여 분간 청소를 하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바로 교장에게 항의하고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관계 기관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C씨는 A씨 항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를 냈고, ‘더 이상 교권 침해 활동과 민원 제기를 금해주실 것을 요청함’이란 내용의 교육 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육 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조치 결과 통보서를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이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은 교권보호위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레드카드 벌점제가 아동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학부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또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의 존중,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31조4항 등을 근거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존중돼야 하며,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 한하여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했다.

 

 1·2심 판단은 정반대로 나왔다. 1심 전주지방법원은 학교장의 교권보호 조치가 잘못된 게 없다고 봤다. “학부모 A씨의 행위는 담임교사 B씨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서 교권침해행위”라며 “담임교사에게 아이를 못 맡기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등교를 거부하고, 담임교사에게 업무를 쉬라고 직접 권하고, 교장에게 해당 교사에 대한 수업장학을 등교부터 하교까지 무기한하라고 하는 등의 요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2심에서 뒤집혔다. 광주고등법원 전주1행정부(부장 백강진)는 애초에 담임교사 B씨의 ‘레드카드제’가 큰 문제였다고 보고, 이에 대한 학부모의 문제제기가 부당한 것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인용하며,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의 이름을 친구들에게 공개하여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 주고, 나아가 강제로 청소 노동까지 부과하는 것은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부모가 간섭한 게 ‘레드카드 벌점제’만이 아니라 ‘담임교사로서의 직무수행 전체’라면서, 아이의 출석을 거부하며 지속적으로 담임교체를 요구한 것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지속적·부당한 간섭이라고 봤다.

 

이날 대법원은 부모의 자녀 교육에 관한 의견제시권의 한계에 대한 법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이러한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를 명백히 했다.

 

대법원은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가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학급 담당 교원의 교육방법이 부적절하여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도 부모가 교장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서도, “학기 중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학교장에게는 인사를 다시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학생들에게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담임교사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해결 방안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시도하였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한 문제로 인해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일 때에 한하여 보충적으로만 학부모가 담임 교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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